게임보이 위저즈 앤 워리어스
위저즈 앤 워리어스 챕터 X: 공포의 요새 (Wizards Warriors Chapter x the Fortress of Fear USA Europe) · 1990 · Accla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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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X부터 시작하는 이상한 시리즈
제목에 붙은 챕터 X는 열 번째 장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 그전 아홉 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개발사 레어는 처음부터 번호를 뒤죽박죽으로 붙였고, 나중에 나온 작품들도 챕터 번호가 순서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일종의 장난이자 분위기 잡기였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거대한 이야기의 한 대목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는 연출인데, 실제로는 그런 전사가 없습니다. 이런 뻔뻔함이 당시 서양 게임 특유의 멋이기도 했습니다.
요새를 오르는 기사
게임보이 위저즈 앤 워리어스(Wizards & Warriors Chapter X: The Fortress of Fear)는 기사 쿠아로스를 조종해 적의 요새를 헤쳐 나가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검으로 적을 베고, 열쇠와 아이템을 모아 잠긴 문을 열며 위로 올라갑니다.
무대는 요새 하나이지만 안이 미로처럼 얽혀 있습니다. 사다리와 계단으로 층을 오르내리고,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먼저 볼지 정해야 합니다. 그냥 앞으로만 가면 필요한 열쇠를 놓치고 막다른 곳에서 되돌아와야 합니다.
적은 박쥐, 해골, 마법을 쏘는 부류까지 다양하고, 좁은 통로에서 몰려나오면 검만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싸우기보다 지나가는 판단이 낫습니다.
만만찮은 난이도
이 게임은 쉽지 않습니다. 적의 공격 판정이 넉넉하고, 좁은 발판 위에서 밀려 떨어지는 일이 잦습니다. 체력 회복 수단이 귀해서 초반에 크게 깎이면 그 회차는 내내 불안하게 진행하게 됩니다.
요령은 무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적 하나하나를 다 잡으려 들면 손해가 쌓이니, 지나갈 수 있는 곳은 지나가고 꼭 필요한 싸움만 합니다. 지형을 외워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어디에 열쇠가 있고 어느 문이 어디로 통하는지 알고 나면 진행 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검을 휘두르는 간격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반응이 즉각적이지 않아서, 적이 사거리에 들어오기 조금 전에 미리 눌러야 제때 맞습니다.
레어라는 이름
이 게임을 만든 레어는 훗날 동키콩 컨트리와 골든아이로 이름을 날린 영국 개발사입니다. 이 시절에는 여러 기종에 게임을 대량으로 만들어 내던 회사였고, 그 결과물의 완성도는 편차가 컸습니다.
이 작품도 걸작으로 꼽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두운 요새를 홀로 오르는 분위기와, 판타지 세계관을 흑백 화면에 담아낸 그림은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옛 서양 액션 게임 특유의 뻑뻑하고 야박한 맛을 확인하고 싶다면 해 볼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