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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패트롤

리버 패트롤 (River Patrol Orca) · 1981 · Or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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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구멍이 나 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화면 아래 물 게이지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고, 이 게이지가 바닥나면 아무 데도 부딪히지 않았는데 그냥 가라앉습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조심조심 기어가는 게임이 아니라, 새는 배를 끌고 최대한 빨리 올라가면서 그 와중에 사람까지 건져야 하는 게임입니다. 느긋하게 가는 것 자체가 실패로 가는 길이라는 설계가 1981년 작품치고는 꽤 얄궂습니다.

리버 패트롤(River Patrol)은 세로로 스크롤하는 강을 따라 배 한 척을 몰고 올라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강물에는 팔을 허우적거리는 조난자가 떠내려오고, 배를 그 위로 지나가게 하면 건져 올려 점수가 됩니다. 동시에 강에는 바위와 유목, 마주 내려오는 배, 그리고 터지면 그대로 끝나는 폭약통이 흘러다니고, 물속에는 악어가 삽니다. 조작은 4방향 레버와 가속 버튼 하나가 전부이고, 규칙도 그만큼 단순합니다.

리버 패트롤 레이싱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1)

한 판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화면은 위로 흐르고 배는 그 흐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강폭은 구간마다 달라져서, 넓게 벌어졌다가 갑자기 좁아지는 지점이 반복됩니다. 좁아지는 목에서 장애물이 겹치면 빠져나갈 틈이 한 칸밖에 남지 않는 경우가 있고, 대부분의 죽음이 여기서 나옵니다.

양쪽 강기슭에 닿아도 침몰입니다. 그래서 화면 가장자리로 붙어 안전하게 가는 전략이 통하지 않습니다. 가운데를 유지하면서 장애물이 어느 쪽으로 흘러오는지 보고 미리 반대편으로 몸을 빼는 것이 기본입니다. 조난자는 대개 강 한복판에 뜨기 때문에, 안전한 길과 점수 나는 길이 자꾸 어긋나도록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속 버튼은 물 게이지와 맞바꾸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앞이 뻥 뚫린 구간에서 눌러 거리를 벌어 두고, 복잡한 구간에서는 손을 떼고 통과하는 리듬을 잡으면 훨씬 오래 갑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반대로, 무서운 구간에서 급하게 가속을 밟았다가 피할 틈을 스스로 없애 버리는 것입니다.

리버 패트롤 레이싱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1)

조난자를 건지는 요령

조난자를 태울수록 배가 무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태운 사람들이 배 위에 줄줄이 얹혀 눈에 보이게 됩니다. 한 명씩 늘어나는 이 그림이 이 게임의 재미 절반입니다. 몇 명을 태웠는지가 화면에 바로 보이니까, 다음 조난자 하나를 더 욕심내게 됩니다.

문제는 그 욕심이 딱 죽기 좋은 곳에서 생긴다는 점입니다. 조난자가 폭약통 바로 옆에 뜨거나, 강이 좁아지는 목 한가운데에 뜨는 배치가 자주 나옵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한 판에 한두 명 정도는 눈 딱 감고 포기하는 편이 총점이 높습니다. 죽으면 그때까지 태운 사람들도 같이 사라지니까요.

악어는 물 위로 등이 잠깐 보였다가 잠기는 식으로 움직입니다. 잠긴 자리를 기억해 두고 그 라인을 피해 가면 대부분 넘어갑니다. 보이지 않을 때가 더 위험한 적이라는 점에서, 이 시절 게임 중에서는 꽤 얄미운 축입니다.

오르카라는 회사와 그 시절

오르카는 1980년대 초 일본의 중소 기판 제조사입니다. 남코나 타이토처럼 이름이 남은 회사는 아니지만, 그 무렵 오락실 기판 시장에는 이런 회사가 수없이 많았고 리버 패트롤도 그중 하나로 나왔습니다. 게임 하나에 한 가지 아이디어만 담고, 그 아이디어를 화면 한 장으로 다 보여 주는 것이 이 시기 아케이드의 방식이었습니다.

1981년이라는 연도를 생각하면 이 게임의 발상은 꽤 앞서 있습니다. 적을 쏴서 없애는 게임이 대세이던 때에, 총이 없고 대신 사람을 구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었습니다. 게이지가 계속 줄어들어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손해가 되는 구조도 나중에 여러 게임에서 반복해서 쓰이는 장치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 게임 자체보다 비슷한 시기 다른 조작이 단순한 구식 기판들과 한데 묶여 기억되는 편입니다. 레버와 버튼 하나로 끝나는 규칙이라 처음 앉은 사람도 30초면 무엇을 하는 게임인지 알아채는데, 그만큼 오래 붙잡고 있기는 어려운 구조이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요즘 기준으로 보면 화면도 소리도 소박합니다. 대신 규칙이 몸에 붙는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한 판이 짧고, 죽는 이유가 늘 명확하고, 다음 판에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도 분명합니다. 강폭이 좁아지는 목을 몇 번 겪고 나면 그 구간이 나오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 순간부터 점수가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같은 시기의 강 배경 게임들과 비교하면, 이 게임은 사격이 없다는 점 하나로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쏠 수 없으니 모든 문제를 피하기로만 풀어야 하고, 그래서 진로를 미리 계산하는 감각이 실력의 전부가 됩니다. 짧게 몇 판 돌려보며 이 시절 아케이드의 골격을 확인하기에 적당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