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마린
서브마린 (Submarine Sigma) · 1985 · Si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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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 게임에서 연료가 떨어져 죽는 경험은 흔치 않습니다. 이 게임은 그 흔치 않은 쪽에 속합니다. 적을 아무리 잘 피해도 화면 한쪽의 연료 게이지가 바닥나면 그대로 끝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처음 잡으면 두 가지를 동시에 배워야 합니다. 적을 상대하는 법과, 연료를 채우는 법입니다.
서브마린(Submarine)은 잠수함을 몰고 바닷속을 나아가며 적을 상대하는 슈팅입니다. 앞으로는 어뢰를 쏘고, 아래로는 폭뢰를 떨어뜨립니다. 이 두 가지 공격이 각각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이 이 게임의 뼈대입니다. 어뢰는 다가오는 적을 처리하는 데 쓰고, 폭뢰는 바닥에 놓인 목표물을 부수는 데 씁니다. 그 목표물 중에 연료를 주는 것이 섞여 있어서, 폭뢰를 게을리하면 연료가 마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화면은 세로로 긴 형태이고, 잠수함은 그 안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입니다. 적은 양옆에서 달려들기도 하고 아래쪽에서 올라오기도 합니다. 사방을 신경 써야 하는데, 어뢰는 앞으로만 나가기 때문에 방향을 잡는 일이 곧 생존입니다. 뒤를 잡히면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으니, 애초에 뒤를 내주지 않는 위치 선정이 중요합니다.
바닷속에 갇힌 사람을 구한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그냥 지나쳐도 진행은 되지만, 챙기면 점수가 붙습니다. 다만 구조 지점은 대체로 적이 몰려 있는 자리 근처라, 욕심을 내다 목숨을 잃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연료 여유가 있을 때만 노리는 편이 안전합니다.
연료라는 시간제한
연료 게이지는 사실상 시간제한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줄어들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안전하게 버티는 전략이 통하지 않습니다. 위험해 보여도 앞으로 나가서 연료 탱크를 부숴야 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게임이 계속 앞으로 밀립니다. 겁이 많은 플레이가 곧바로 벌을 받는 셈입니다.
요령은 연료 탱크의 위치를 미리 외워 두는 겁니다. 같은 구간을 여러 번 지나다 보면 어디쯤에 탱크가 있는지 몸이 기억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적을 상대하는 순서를 연료 위치에 맞춰 짜게 됩니다. 눈앞의 적을 다 잡는 것보다, 탱크까지 가는 길을 뚫는 쪽이 우선입니다.
화면을 되돌릴 수 있다
이 게임의 재미있는 점은 화면을 뒤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스크롤 슈팅이 앞으로만 밀어붙이는 것과 달리, 여기서는 물러설 수 있습니다. 앞이 막혔을 때 잠깐 뒤로 빠져 숨을 고르거나, 놓친 연료 탱크를 다시 찾으러 갈 수 있습니다.
다만 되돌아가는 동안에도 연료는 줄어듭니다. 그래서 후퇴가 공짜가 아닙니다. 물러설지 밀고 나갈지를 매번 저울질하게 되는데, 이 판단이 이 게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무작정 뒤로 빼는 습관이 들면 결국 연료로 대가를 치릅니다.
스테이지 구성
진행은 크게 네 개의 구간으로 나뉘고, 각 구간마다 배경이 다릅니다. 바닷속 성처럼 보이는 곳도 있고, 해초가 빽빽한 지대, 폐허 같은 구조물, 화산 지형이 이어집니다. 1985년 게임치고 배경을 나누는 데 공을 들인 편이라, 구간이 바뀌면 확실히 다른 곳에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끝까지 가면 처음으로 돌아가되 난이도가 올라간 상태로 다시 시작합니다. 그 시절 오락실 게임에서 흔했던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는 명확한 결말이 없고, 얼마나 오래 버티며 점수를 쌓느냐가 목표가 됩니다.
그 시절 사정
시그마는 오락실 기판을 만들던 회사 중에서 크게 이름을 남긴 축은 아닙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이렇게 한두 작품을 내고 사라진 회사가 정말 많았고, 그 대부분은 대형 제작사의 히트작에 밀려 잊혔습니다. 이 게임도 국내 오락실에서 널리 깔린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해 보면 나름의 성격이 뚜렷합니다. 연료 관리와 후퇴 가능한 화면, 어뢰와 폭뢰의 역할 분담이 맞물려서, 단순히 쏘고 피하는 것과는 다른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이름 없는 게임이라고 넘기기에는 아까운 구석이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