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원티드 (Wanted) · 1984 · Sigma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83년의 게임 시장 붕괴 이후, 오락실 게임 회사들이 다시 손을 뻗은 소재 중 하나가 서부극이었습니다. 총과 현상금과 술집이 있는 그 세계는 규칙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화면에 수배 전단이 떠 있고 그 얼굴이 바위 뒤에서 튀어나오면, 누구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압니다. 원티드는 그 흐름 속에서 1984년에 나온 게임입니다.
원티드(Wanted)는 서부의 총잡이가 되어 수배범을 쏘는 사격 게임입니다. 화면이 옆으로 흐르지 않고 한 자리에 고정된 채, 바위 뒤나 선인장 옆, 건물 문 뒤에서 적이 불쑥 나타납니다. 조이스틱으로 조준을 옮기고 버튼으로 쏘는 단순한 조작이며, 상대보다 먼저 쏘느냐가 전부입니다.
반사신경 하나로 겨루는 게임
이 게임의 규칙은 극단적으로 단순합니다. 적이 나타나고, 적이 총을 겨누고, 그 전에 내가 쏜다. 그것뿐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오히려 팽팽합니다. 화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태로 계속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한 번 늦으면 그대로 목숨이 하나 사라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조준을 화면 한가운데 두는 것입니다. 가운데에 두면 어느 쪽으로 튀어나와도 옮기는 거리가 절반씩 필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이 나오는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 자리들을 몇 판 하면서 익혀 두고, 다음에 나올 만한 곳 근처에 미리 조준을 대 두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
두 번째는 무턱대고 쏘는 것입니다. 이런 게임은 대개 총알에 제한이 있거나 재장전 시간이 있어서, 허공에 낭비한 한 발이 정작 필요한 순간에 없습니다. 나오는 걸 확인하고 쏘는 습관이 결국 오래 삽니다.
난이도가 오르는 방식
이런 부류의 사격 게임은 새로운 규칙을 추가해서 어려워지지 않습니다. 같은 일이 점점 빨라지고, 점점 여럿이 동시에 벌어지면서 어려워집니다. 처음에는 하나씩 나오던 것이 나중에는 두세 곳에서 동시에 튀어나오고, 나타나서 쏘기까지의 여유가 눈에 띄게 짧아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한계는 대체로 눈과 손이 정합니다. 요령을 아무리 익혀도 어느 지점부터는 순수하게 빠르기 싸움이 됩니다. 그 대신 실력이 느는 것이 점수로 아주 정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한 판 한 판의 결과가 명확합니다.
한 가지 조심할 점은 쏘면 안 되는 대상입니다. 이 계열 게임들은 대개 죄 없는 사람이나 아군이 섞여 나오도록 만들어 두고, 그걸 쏘면 벌을 줍니다. 손이 빨라질수록 이런 실수가 늘어나니, 속도를 올릴수록 확인 습관을 지켜야 합니다.
시그마라는 회사와 그 시절
시그마는 일본의 아케이드 제작사로, 코나미나 남코처럼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닙니다. 이 시기에는 지금 이름이 남지 않은 수많은 회사가 오락실 기판을 만들고 있었고, 시그마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1984년이라는 시점이 중요합니다. 전해에 미국 게임 시장이 크게 무너지면서, 회사들은 확실하게 팔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복잡한 규칙 대신 누구나 아는 소재에 단순한 조작을 얹는 방향으로 물건들이 나왔고, 서부극 사격 게임이 여러 편 쏟아진 것도 그 때문입니다.
기술적으로는 세로로 세운 화면에 컬러 그래픽을 쓰고, 여덟 방향 조이스틱과 버튼 하나로 조작하는 구성입니다. 요즘 눈으로 보면 소박하지만, 이 시기의 기판은 화면에 동시에 띄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고 그 제약 안에서 긴장감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적을 숨겼다가 갑자기 내보내는 방식은 그 제약을 오히려 연출로 바꾼 영리한 선택입니다.
지금 해 보면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1984년이면 국내에 아직 오락실 문화가 자리를 잡아 가던 시기였고, 잘 알려진 일본 대형사 게임들이 우선 들어오던 때입니다.
그래도 지금 켜 보면 통하는 게 있습니다. 규칙 설명이 필요 없고, 앉자마자 바로 시작할 수 있으며, 한 판이 짧습니다. 초기 오락실 게임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붙잡았는지 확인하기에 좋은 표본이고,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몇 판 해 보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