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챔피언
어반 챔피언 (Urban Champion World) · 1984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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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주먹질만 하는 게임
닌텐도가 만든 게임 중에 이렇게 단출한 물건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배경은 도시의 어느 거리 하나, 등장인물은 서로 마주 본 두 남자, 할 수 있는 일은 주먹을 위로 지르거나 배로 지르거나 막는 것, 이게 전부입니다. 화려한 기술도, 특수 능력도, 진행할 스테이지 지도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묘하게 오래 남습니다. 이겨서 상대를 뒤로 밀어붙이면 골목 끝 맨홀 뚜껑이 열려 있고, 거기로 밀어 넣으면 한 판이 끝납니다. 밀고 밀리며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그 줄다리기가, 화면 구성이 이렇게 단조로운데도 계속 붙잡게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어반 챔피언(Urban Champion)은 1대1 대전 액션입니다. 두 사람이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서 주먹을 주고받고, 상대의 체력이 아니라 위치를 밀어내는 것으로 승부가 납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위쪽 펀치, 아래쪽 펀치, 그리고 방어 자세가 전부입니다.
핵심은 위와 아래의 가위바위보입니다. 상대가 위를 막고 있으면 배를 치고, 아래를 막고 있으면 얼굴을 노립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반사신경보다 상대의 손버릇을 읽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하면 서로 막는 방향을 바꿔 가며 속이는 심리전이 벌어지는데, 그게 이 게임의 유일하면서도 확실한 재미입니다.
스태미나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주먹을 계속 휘두르면 힘이 빠져 동작이 둔해지므로, 무작정 연타할 수 없습니다. 잠깐 물러서서 숨을 고르고 다시 붙는 리듬을 만들어야 합니다.
거리를 방해하는 것들
싸움만 하는 게 아니라 거리 자체가 훼방을 놓습니다. 위층 창문에서 화분이 떨어지고, 도로에는 차가 지나갑니다. 화분을 맞으면 그대로 비틀거리며 무방비 상태가 되므로, 창문이 열리는 순간을 보고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경찰차도 등장합니다. 순찰차가 지나갈 때는 두 사람이 싸움을 멈추고 딴청을 피우는 연출이 나오는데, 이 잠깐의 정지가 리듬을 끊어 놓습니다. 밀어붙이던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경찰차가 보이면 유리한 쪽은 오히려 조급해집니다. 시간 제한도 있어서, 정해진 시간 안에 결판을 못 내면 판정으로 넘어갑니다.
왜 이런 게임이 나왔나
이 작품은 패미컴 초기, 아직 무엇을 만들면 되는지 아무도 몰랐던 시기의 산물입니다. 닌텐도 내부에서도 실험적인 시도가 여럿 나오던 때였고, 오락실 대전 격투라는 장르가 자리 잡기 한참 전이었습니다. 그런 시점에 두 사람이 마주 서서 주먹만 주고받게 만든 것은 나름의 도전이었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닌텐도 스스로도 부실했다고 인정한 축에 듭니다. 미야모토 시게루가 훗날 이 작품을 두고 아쉬움을 표한 일화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캐릭터는 이후 여러 닌텐도 게임에 카메오로 계속 등장했고, 대전 액션의 아주 초기 형태를 보여 주는 자료로서 꾸준히 언급됩니다.
지금 해 보면
혼자 컴퓨터를 상대로 하면 금세 지루해집니다. 패턴이 단순하고, 몇 번 해 보면 컴퓨터의 방어 습관이 읽혀서 같은 공격만 반복해도 이깁니다. 스테이지가 넘어가도 배경만 조금 바뀔 뿐 새로운 요소가 나오지 않으니, 오래 붙잡을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둘이서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가 사람이면 방어 방향을 계속 바꾸고, 일부러 헛주먹을 내밀어 유인하고, 밀리기 직전에 반격을 노립니다. 화분이 떨어지는 타이밍을 이용해 상대를 그 자리로 몰아넣는 짓궂은 전략까지 나옵니다. 이 게임이 지금도 종종 회자되는 이유는 대부분 이 2인 대전 쪽입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한국에서는 대개 복사 카트리지 모음집 중간에 끼어 있던 게임으로 기억됩니다. 제목보다 "펀치 게임"이나 "맨홀 게임" 같은 식으로 불렸고, 딱히 목표로 삼고 붙잡는 게임이라기보다 다른 게임을 고르다가 잠깐 눌러 보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래도 형제나 친구가 옆에 있을 때는 이만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게임도 드물었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고, 조작이 세 개뿐이고, 한 판이 짧습니다. 완성도로 평가받는 게임은 아니지만, 대전이라는 형식이 무엇으로 성립하는지를 가장 앙상한 형태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는 한 번쯤 켜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