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번 윙즈
위번 윙즈 (Wivern Wings) · 2001 · SemiCo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세로 슈팅이라고 하면 대개 전투기를 떠올리는데, 이 게임에서 조작하는 건 날개 달린 짐승을 탄 인물입니다. 배경도 우주나 미래 전장이 아니라 판타지 세계입니다. 총알 대신 마법이 날아다니고, 보스는 기계가 아니라 거대한 괴물입니다. 2000년대 초반 국산 아케이드 기판 중에서도 눈에 띄는 개성이었습니다.
위번 윙즈(Wivern Wings)는 세미콤이 2001년에 내놓은 세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스팅레이, 썬더폭스, 베어해머, 헬하운드 네 캐릭터 중 하나를 고르고, 아홉 개 스테이지를 차례로 올라가며 각 스테이지 끝의 보스를 잡습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에 버튼 세 개입니다.
버튼 세 개가 만드는 흐름
첫 번째 버튼은 기본 사격입니다. 두 번째는 방어막으로, 잠깐 몸을 감싸 공격을 막습니다. 세 번째는 특수 폭탄입니다. 여기에 더해 시간이 지나면 차오르는 게이지가 있고, 이 게이지를 다 채우면 훨씬 강력한 최종 공격을 쏟아부을 수 있습니다.
이 구성이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보통 세로 슈팅은 피하거나 폭탄을 쓰거나 둘 중 하나인데, 여기에는 방어막이라는 중간 선택지가 하나 더 있습니다. 폭탄을 쓸 만큼은 아니지만 피하기도 애매한 순간에 방어막을 켜서 넘기는 식입니다. 이 세 가지를 상황에 맞게 나눠 쓰는 감각을 익히면 생존율이 크게 달라집니다.
처음 하는 분이 자주 하는 실수는 방어막을 아예 안 쓰는 것입니다. 버튼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잊고 피하기만 하다가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방어막만 믿고 탄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위험합니다. 지속 시간이 있고, 켜는 데도 대가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네 캐릭터의 차이
네 캐릭터는 화력, 이동 속도, 폭탄 개수, 그리고 특수 게이지가 차는 속도가 각각 다릅니다. 이 네 가지 수치가 조합되면서 성격이 갈립니다. 화력이 세면 속도가 느리고, 게이지가 빨리 차면 폭탄이 적은 식입니다.
처음 잡는다면 이동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은 쪽을 권합니다. 세로 슈팅에서 기체가 너무 빠르면 미세한 회피가 어려워 오히려 탄에 스치기 쉽습니다. 속도가 적당하고 폭탄이 넉넉한 캐릭터로 스테이지 구성을 먼저 익힌 다음, 화력형이나 게이지 회전이 빠른 캐릭터로 옮겨 가는 순서가 편합니다.
어디가 고비인가
아홉 스테이지가 뒤로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앞쪽은 적 배치가 여유롭고 탄도 느려서, 파워업만 챙기면 무난합니다. 중반부터 화면을 채우는 탄과 여러 방향에서 들어오는 편대가 겹치기 시작하고, 후반에는 보스가 여러 단계로 패턴을 바꾸며 오래 버팁니다.
고비는 대체로 보스전입니다. 이 게임의 보스는 덩치가 크고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피할 공간이 실제로 좁습니다. 이럴 때는 보스 아래쪽 좌우 중 한쪽에 자리를 잡고, 그 자리에서 최소한으로만 움직이며 화력을 쏟는 편이 낫습니다. 화면을 크게 가로지르는 움직임은 대개 다음 탄에 걸립니다.
특수 게이지는 보스 앞에서 쓰려고 미리 채워 두는 게 정석입니다. 잡졸 구간에서 다 써 버리면 정작 보스전에서 손에 남은 게 없습니다. 반대로 후반 스테이지에서는 아끼다가 죽는 게 더 큰 손해이므로, 세 번째 스테이지쯤부터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쓰는 쪽으로 판단 기준을 옮기는 게 좋습니다.
세미콤과 2000년대 초반
세미콤은 1990년대부터 한국에서 아케이드 기판을 만들던 개발사입니다. 퍼즐과 플랫폼 액션, 슈팅을 두루 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아케이드 기판을 이어 갔습니다. 위번 윙즈는 그 후반부에 놓인 작품입니다.
이 시점의 사정을 생각해 보면 이 게임의 위치가 보입니다. 2001년이면 한국 오락실이 이미 PC방에 손님을 크게 내주기 시작한 뒤입니다. 새 아케이드 기판을 만드는 회사가 눈에 띄게 줄어들던 때에 나온 세로 슈팅이라, 국산 아케이드의 늦은 한 편이라는 성격이 있습니다.
무엇이 다른가
같은 시기 일본 세로 슈팅은 탄막이 화면을 빽빽하게 채우는 쪽으로 한참 나아가 있었습니다. 위번 윙즈는 그쪽을 따라가지 않고, 라이덴이나 스트라이커즈 계열의 정통 세로 슈팅 골격에 판타지 소재와 방어막, 게이지 시스템을 얹었습니다.
그래서 탄막 슈팅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화면이 여유롭게 느껴지고, 반대로 고전 세로 슈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손에 잘 붙습니다. 큼직하게 그린 캐릭터와 괴물 보스, 그리고 화려한 특수 공격 연출은 지금 봐도 시원합니다. 한국 아케이드가 마지막 힘을 내던 시기에 나온 작품으로 기억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