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카멜레온 (Chameleon) · 1983 · Jal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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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카멜레온이고, 무기는 혀입니다. 혀를 뻗어 위쪽 발판에 붙이면 몸이 딸려 올라가고, 같은 혀로 닭을 밀어내거나 폭탄을 건드려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이동 수단과 공격 수단이 같은 하나라는 발상이 이 게임의 전부이자 매력입니다. 뛰어오르는 게임이 대부분이던 시절에, 혀로 매달려 올라가는 주인공은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카멜레온(Chameleon)은 한 화면 안에 짜인 발판 구조를 오르내리며 둥지의 알을 훔치는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 안의 알을 모두 챙기면 그 판이 끝나고, 그동안 성난 닭들이 이쪽을 방해합니다. 스테이지는 네 종류가 준비되어 있고, 다 돌고 나면 더 빡빡해진 상태로 다시 시작합니다.
혀로 하는 모든 것
조작의 핵심은 혀입니다. 위쪽으로 뻗으면 발판에 붙어 몸이 끌려 올라가므로, 이 게임에서는 점프보다 혀 쏘기가 주된 이동 수단입니다. 옆으로 뻗으면 다가오는 닭을 밀어낼 수 있어, 위험할 때 급하게 거리를 벌리는 용도로도 씁니다. 이동과 방어와 공격이 한 버튼에 몰려 있어 조작 자체는 금방 익숙해집니다.
화면 곳곳에는 폭탄이 놓여 있습니다. 혀로 건드리면 아래로 굴러떨어지면서 근처 닭을 처리합니다. 여러 마리가 몰려 있을 때 위쪽 폭탄을 정확히 맞히면 한 번에 정리되므로, 무작정 도망 다니기보다 폭탄 위치를 기억해 두고 유인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닭은 그냥 걸어 다니기만 하지 않습니다. 아래로 덮치듯 내려오기도 하고, 단단한 알을 굴려 보내기도 합니다. 화면 위쪽에는 야구공을 던지는 새가 따로 있어서, 아래쪽만 신경 쓰다가는 위에서 날아온 것에 맞습니다. 위협이 위아래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을 생각보다 정신없게 만듭니다.
알과 병아리
둥지의 알을 오래 내버려 두면 병아리로 부화합니다. 병아리 자체는 위험하지 않고 잡아먹으면 점수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그 병아리를 또 방치하면 자라서 어른 닭이 되고, 그때부터는 이쪽을 공격하는 적이 하나 늘어납니다. 즉 늑장을 부리면 화면의 적이 스스로 불어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실질적인 난이도 조절 장치는 시간입니다. 안전하게 돌아다니며 천천히 알을 모으려 하면, 그동안 부화가 진행되어 화면이 점점 험해집니다. 반대로 서두르면 실수가 늘어납니다. 어느 정도 속도로 밀어붙일지 판단하는 것이 이 게임을 잘하는 요령입니다.
막히는 지점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당하는 것은 혀가 헛나가는 순간입니다. 발판에 붙을 줄 알고 뻗었는데 각도가 어긋나면 몸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그 짧은 정지 시간에 닭이 달려듭니다. 뻗기 전에 발판이 실제로 머리 위에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구석입니다. 좁은 발판 끝에 몰리면 혀를 뻗을 방향도 도망갈 방향도 함께 줄어듭니다. 여유가 있을 때 위층으로 미리 올라가 두면 선택지가 남습니다.
세 번째는 폭탄을 쓰는 타이밍입니다. 닭이 한 마리만 있을 때 성급하게 폭탄을 터뜨리면, 정작 여러 마리가 몰릴 때 쓸 것이 없습니다. 폭탄은 한정된 자원이라 생각하고 아껴 두는 편이 후반이 편합니다.
자레코와 1983년
자레코는 1980년대 오락실에서 꾸준히 게임을 내놓던 일본 회사입니다. 시장을 뒤흔든 대작보다는, 발상이 재미있는 중소 규모 작품을 여러 편 남긴 쪽에 가깝습니다.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기술적으로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만, 혀 하나로 이동과 공격을 겸하게 만든 발상은 지금 봐도 신선합니다.
1983년은 단일 화면 액션 게임이 아직 활발하던 때입니다. 화면이 스크롤되지 않으니 기판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발판 배치와 적의 움직임만으로 충분히 밀도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 역시 그 조건 안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대표작으로 남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1980년대 중반 동네 오락실에는 이런 형태의 단일 화면 액션 게임이 여러 대 놓여 있었고, 카멜레온이라는 낯선 주인공 덕에 한 번쯤 눌러 본 사람이 있습니다. 제목보다는 혀로 매달려 올라가던 장면으로 기억되는 부류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규칙이 간결해 몇 판이면 익숙해집니다. 대신 방심하면 화면이 순식간에 닭으로 가득 차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하는 재미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