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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스팟

쿨 스팟 (Cool Spot Europe) · 1993 · Vir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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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광고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

주인공은 빨간 동그라미에 팔다리가 달린 캐릭터입니다. 원래는 세븐업 캔에 그려져 있던 광고 마스코트였습니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는 이 캐릭터가 광고를 넘어 인지도를 얻었고, 결국 자기 이름을 단 게임의 주인공까지 됐습니다.

광고에서 나온 게임이라고 하면 보통 조악한 물건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편견을 정면으로 깨뜨린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이 유난히 부드럽고, 배경 그림이 밝고 세밀하며, 음악도 귀에 남습니다. 무엇을 팔기 위해 만든 게임이 그 자체로 잘 만든 게임이 되어 버린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쿨 스팟 플랫폼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93)

어떤 게임인가

쿨 스팟(Cool Spot)은 옆으로 진행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주인공 스팟이 되어 스테이지 곳곳에 흩어진 동료 스팟들을 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간 제한 안에 정해진 수 이상의 스팟을 모으면 스테이지 끝의 우리에 갇힌 동료를 풀어 줄 수 있습니다.

공격 수단은 거품 같은 탄을 쏘는 것입니다. 여덟 방향으로 쏠 수 있어서, 위에 있는 적이나 아래에서 올라오는 적에게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자유로운 사격 방향이 이 게임 조작의 핵심이고, 좁은 통로에서 몰릴 때 살아남게 해 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무대는 해변, 부두, 장난감이 널린 방, 물속 같은 곳들입니다. 주인공이 작은 캐릭터라는 설정 덕에 평범한 물건들이 전부 거대한 지형으로 바뀝니다. 튜브 위를 뛰고, 병뚜껑을 밟고, 낚싯줄을 타고 올라가는 식으로 배경이 곧 놀이터가 됩니다.

쿨 스팟 플랫폼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93)

8비트로 옮기면서 달라진 것

원래 이 게임은 16비트 기기용으로 만들어졌고, 마스터시스템판은 그것을 8비트로 옮긴 것입니다. 기기의 한계상 스테이지 수가 줄었고 화면의 색과 세밀함도 덜합니다. 원본을 먼저 본 사람이라면 확실히 소박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이식판은 그냥 줄이기만 한 물건이 아닙니다. 음악이 마스터시스템 음원에 맞게 다시 편곡되었고, 원본에 없던 보너스 스테이지가 추가되었습니다. 8비트 기기의 사양 안에서 어떻게든 원작의 인상을 남기려 한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마스터시스템 후기 게임 중에서는 기기를 잘 다룬 축에 듭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이 게임에서 가장 큰 벽은 시간 제한입니다. 스팟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면 스테이지 끝에 도착해도 동료를 구하지 못합니다. 초보자는 대개 앞으로 달리는 데만 집중하다가 필요한 수를 못 채우고, 그때 되돌아가려니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요령은 처음부터 위아래를 살피며 가는 것입니다. 스팟은 높은 곳이나 갈라진 길 끝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 눈에 보이는 길만 따라가면 절반도 못 모읍니다. 반대로 벽에 붙어 있는 발판이나 물건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 보면 생각보다 많은 곳에 갈 수 있습니다.

물속 구간은 별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움직임이 물의 저항을 받아 뜨는 느낌이 되고, 이동 방향을 세밀하게 잡기 어려워집니다. 여기서는 급하게 조작하지 말고 관성을 감안해 미리 방향을 틀어 주는 편이 낫습니다.

체력은 아이템으로 채울 수 있지만 넉넉하지 않습니다. 적을 무리해서 다 잡을 필요는 없고, 지나칠 수 있는 적은 그냥 뛰어넘어 시간을 아끼는 것이 스팟을 모으는 데 유리합니다.

같은 시기 플랫포머들 사이에서

1990년대 초는 캐릭터 액션 게임이 쏟아지던 시기입니다. 저마다 마스코트를 앞세워 경쟁했고, 대부분은 이름조차 남지 못했습니다. 그 틈에서 이 작품이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만듦새 때문입니다.

특히 주인공의 애니메이션이 많이 언급됩니다. 서 있을 때 지루한 듯 몸을 흔들고, 멈춰 있으면 이런저런 동작을 보여 주는 세밀함이 당시로서는 눈에 띄었습니다. 캐릭터가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면 조작하는 맛도 달라지는데, 이 게임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한국에서 마스터시스템은 삼성 쪽 유통으로 보급되었지만 패미컴만큼 널리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8비트 세가 기기로 접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고, 대여점이나 친척 집에서 잠깐 해 본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캐릭터 이름을 아는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세븐업 마스코트라는 배경을 모른 채 그냥 "빨간 공 게임"으로 부르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밝은 색감과 경쾌한 음악, 그리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주인공은 한 번 본 사람에게 확실히 남았습니다. 짧게 한 스테이지씩 붙잡아 보기에 좋은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