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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 팝스

팝스 팝스 (Pops Pops) · 1999 · Af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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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에 빈칸이 늘어서 있고, 그 위에 가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글자를 하나 골라 맞으면 해당 자리가 열리고, 틀리면 그 턴이 끝납니다. 텔레비전 문자 맞히기 프로그램의 규칙을 그대로 오락실 기판에 옮겨 놓은 게임입니다. 정답은 전부 노래 제목이고, 아는 노래가 나오면 두세 글자만 열려도 바로 답이 보입니다.

팝스 팝스(Pop's Pop's)는 가려진 제목의 글자를 하나씩 열어 정답을 맞히는 퀴즈 게임입니다. 진행은 단순합니다. 알파벳 중 하나를 고르고, 그 글자가 제목에 들어 있으면 해당 위치가 모두 공개됩니다. 없는 글자를 고르면 차례가 넘어갑니다. 가수 이름은 항상 표시되므로, 그 가수의 곡을 안다면 훨씬 유리합니다.

팝스 팝스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9)

규칙이 사납습니다

이 게임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은 규칙의 가혹함입니다. 한 글자만 틀려도 그 턴이 끝나고, 한 라운드에 주어지는 기회는 세 번을 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 글자나 찔러 보는 방식으로는 거의 넘어가지 못합니다. 실질적으로는 처음부터 답을 알고 있거나, 아주 적은 단서로 추론해 내야 합니다.

요령이 있다면 자주 쓰이는 글자부터 고르는 것입니다. 영어 제목에서는 모음과 몇몇 자음이 압도적으로 자주 나오므로, 확률이 높은 글자를 먼저 열어 제목의 뼈대를 잡는 편이 낫습니다. 단어의 길이와 띄어쓰기도 큰 단서가 됩니다. 짧은 단어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후보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수 이름을 절대 흘려보내면 안 됩니다. 이 게임에서 가수 표시는 장식이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도움말입니다. 그 가수의 대표곡을 몇 개라도 알고 있으면, 열린 글자 한두 개만으로도 정답 후보를 좁힐 수 있습니다.

마니아 모드

난도를 조금 낮춰 주는 방식으로 마니아 모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는 플레이어가 먼저 가수를 고르고, 그 가수의 곡 중에서 문제가 나옵니다. 아는 가수를 고를 수 있으니 훨씬 편해집니다. 기본 모드에서 계속 막힌다면 이쪽부터 시작해 감을 잡는 편이 낫습니다.

수록된 곡의 수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하다 보면 같은 문제가 다시 나오고, 그때부터는 실력이 아니라 기억력의 문제가 됩니다. 오락실 퀴즈 게임 상당수가 안고 있던 한계인데, 문제 은행을 크게 만들려면 롬 용량과 개발 비용이 함께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오락실 퀴즈 게임이라는 장르

1990년대 오락실에는 퀴즈 게임이라는 한 갈래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액션이나 슈팅처럼 손이 빨라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는 만큼 나아가면 되니 진입 장벽이 낮았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답을 외쳐 주는 풍경도 이 장르의 일부였습니다. 혼자 하는 게임인데도 주변이 함께 참여하게 되는 구조라, 오락실이라는 공간과 잘 맞았습니다.

다만 이 게임은 문제가 전부 영어 노래 제목이라 국내에서 진입 장벽이 낮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팝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술술 풀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첫 라운드에서 막히기 쉽습니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유난히 큰 종류의 게임입니다.

아페가의 방향 전환

이 게임을 만든 아페가는 원래 슈팅 게임에 힘을 싣던 한국 기판 회사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 세워져 몇 편의 슈팅을 내놓았지만, 그 장르만으로 오락실에서 자리를 잡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팝스 팝스는 그 방향 전환의 분기점에 놓인 작품입니다. 이 무렵을 기점으로 회사는 슈팅에서 손을 떼고 퍼즐과 퀴즈 쪽으로 옮겨 갑니다.

개발 사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선택입니다. 슈팅 게임은 적 배치와 탄막 설계에 품이 많이 들고, 잘 만들어도 기판이 팔리지 않으면 회수할 길이 없습니다. 반면 퀴즈나 퍼즐은 상대적으로 개발 부담이 작고, 오락실 손님이 부담 없이 앉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 한국 오락실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아페가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지만, 그 마지막 몇 해의 사정이 이런 작품들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해 보면

지금 이 게임을 잡으면, 게임이라기보다 그 시절의 팝 음악 목록을 훑어보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규칙이 워낙 단순해서 조작으로 즐길 거리는 거의 없고, 재미의 대부분은 알아맞히는 순간에서 나옵니다. 아는 곡이 나와 빈칸이 한꺼번에 채워지는 그 짧은 쾌감이 이 게임이 준비한 전부입니다.

그래서 오래 붙잡고 있을 게임은 아니지만, 1990년대 말 오락실에 어떤 종류의 기판까지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으로는 흥미롭습니다. 대전 격투와 슈팅과 리듬 게임 사이에, 이렇게 조용히 글자를 맞히는 기계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