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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시키부

히메시키부 (Himeshikibu Japan) · 1989 · Hi-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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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기판 중에는 액션도 슈팅도 아닌, 그냥 카드를 맞추는 게임들이 한 무리 있었습니다. 화투를 다루는 기판이 그중 하나입니다. 화면 가득 꽃과 새가 그려진 패가 깔리고, 손에 든 패와 바닥 패를 짝지어 점수를 쌓는 조용한 게임입니다. 손님이 붐비는 시간대의 오락실 주력은 아니었지만, 규칙을 아는 사람에게는 한 번 앉으면 오래 앉아 있게 만드는 종류였습니다.

히메시키부(Himeshikibu)는 하이소프트가 1989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하나후다 게임입니다. 하나후다는 우리에게 화투로 익숙한 그 패이고, 이 게임은 그 패를 쓰는 일본식 규칙을 기판 위에 옮긴 작품입니다. 두 사람까지 붙을 수 있고, 조작은 패를 고르고 확정하는 것이 거의 전부라 레버와 버튼 몇 개면 충분합니다.

히메시키부 보드·카드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화투 게임이 오락실에서 굴러가는 방식

하나후다는 열두 달을 각각 네 장씩, 모두 마흔여덟 장으로 구성한 패입니다. 각 달마다 그 달을 상징하는 식물이 그려져 있고, 그중 일부에는 광이나 동물, 띠 같은 그림이 더 붙어 점수가 높아집니다. 기본 진행은 손에 든 패 중 하나를 내서 바닥에 같은 달의 패가 있으면 가져오고, 없으면 그대로 바닥에 두는 식입니다. 그다음 더미에서 한 장을 뒤집어 같은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이렇게 모은 패로 정해진 조합을 완성하면 점수가 됩니다. 광을 몇 장 모았는지, 띠를 같은 색으로 맞췄는지, 특정 동물 조합을 갖췄는지에 따라 배점이 달라집니다. 오락실 기판에서는 이 채점을 화면이 알아서 해 주기 때문에, 규칙을 완전히 외우지 않아도 진행은 됩니다. 다만 어떤 조합이 큰 점수인지 감이 없으면 무엇을 노려야 할지 몰라 아무 패나 내게 됩니다.

한 판이 끝나면 점수에 따라 승패가 갈리고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오락실 카드 게임이 대개 그렇듯, 이기면 계속 진행하고 지면 동전을 다시 넣는 구조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붙잡을 실마리

화투를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앉으면 처음 몇 판은 그림만 보게 됩니다. 이때 가장 빠른 길은 같은 그림이 그려진 패끼리 짝이 된다는 것 하나만 붙잡는 것입니다. 소나무는 소나무끼리, 벚꽃은 벚꽃끼리 맞습니다. 이것만 알아도 진행은 막히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익힐 것은 점수가 큰 패를 우선 가져오는 감각입니다. 화려한 그림이 붙은 패, 특히 밝고 큰 그림이 들어간 패가 대체로 비쌉니다. 같은 달의 패가 바닥에 여러 장 있을 때 어느 것을 집을지 고민되면, 그림이 복잡한 쪽을 집는 게 대체로 손해가 아닙니다.

셋째는 손에 든 패를 소진하는 순서입니다. 초반에 쓸모없는 패부터 털어 내면 후반에 선택지가 남습니다. 반대로 좋은 패를 먼저 내 버리면 나중에 바닥에 짝이 떠도 가져올 수단이 없어집니다. 이 순서 감각이 화투 게임 실력의 대부분입니다.

상대와 겨룰 때 신경 쓸 것

둘이 붙으면 내가 무엇을 모으는지만큼 상대가 무엇을 모으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상대가 특정 색 띠를 계속 가져가고 있으면, 그 조합을 완성시키지 않도록 관련 패를 먼저 걷어 오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내 점수를 올리는 것보다 상대의 큰 조합 하나를 막는 쪽이 이득인 경우가 자주 나옵니다.

또 하나는 더미에서 뒤집히는 패의 운입니다. 화투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 놀이라 잘 짜 놓은 계획이 한 장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판에 모든 걸 걸기보다, 확실한 작은 조합을 먼저 확보해 두고 여유가 생기면 큰 조합을 노리는 쪽이 안정적입니다.

그 시절 오락실의 카드 기판들

1980년대 후반 일본 오락실에는 마작과 화투를 다루는 기판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액션 게임처럼 손이 빠를 필요가 없어서 나이 든 손님도 앉을 수 있었고, 한 판이 짧아 회전이 빨랐습니다. 하이소프트처럼 이런 테이블 게임 기판을 주로 만들던 작은 회사들이 여럿 있었고, 대체로 화려한 홍보 없이 조용히 유통됐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 계열 기판을 보기가 훨씬 어려웠습니다. 화투 자체는 익숙했지만 오락실은 액션과 슈팅, 그리고 나중에는 격투 게임이 자리를 차지했고, 카드 게임은 주력 편성에 잘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화투를 잘 아는 사람에게도 처음 보는 화면일 확률이 높습니다.

지금 해 보면

화투 규칙을 알고 있다면 설명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습니다. 몰라도 몇 판만 돌리면 같은 그림끼리 맞춘다는 원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손이 빠를 필요가 없고 한 판이 짧아, 화면 앞에 오래 붙잡혀 있지 않아도 되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1980년대 말 일본 오락실 한쪽에 조용히 놓여 있던 기판이 어떤 것이었는지 확인해 보기에 적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