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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즈 비포 크리스마스

데이즈 비포 크리스마스 (Daze Before Christmas Europe) · 1994 · Sun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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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가 주인공인 게임인데, 화가 나면 몸이 붉게 변하면서 지나가는 것을 죄다 후려칩니다. 선물을 나눠 주는 인자한 할아버지가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망치려는 무리를 직접 처리하러 나선 산타입니다. 그림체는 밝고 동화 같은데 하는 짓은 정통 액션 게임이라는 이 간극이,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꼽는 첫인상입니다.

데이즈 비포 크리스마스(Daze Before Christmas)는 노르웨이의 펀컴이 만들고 선소프트가 낸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유럽과 호주에만 나왔고 북미 발매는 취소되었습니다. 산타를 조종해 스테이지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헤쳐 나가며 방해꾼들을 물리치고, 도중에 흩어진 선물과 아이템을 챙기는 구조입니다.

데이즈 비포 크리스마스 플랫폼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4)

산타가 하는 일

기본 동작은 걷기, 점프, 그리고 공격입니다. 산타는 눈뭉치 같은 것을 던져 앞의 적을 맞히고, 밟거나 부딪히면 자신이 다칩니다. 여기까지는 이 시기 플랫폼 액션의 표준 문법 그대로입니다.

특별한 것은 상태 변화입니다. 특정 아이템을 먹으면 산타가 화난 모습으로 바뀌는데, 이때는 훨씬 빠르고 공격적으로 변합니다. 몸으로 밀고 들어가며 적을 치워 버릴 수 있어서, 평소에 조심조심 넘어가던 구간을 순식간에 돌파하게 됩니다. 대신 이 상태는 오래가지 않으므로, 언제 이 힘을 쓸지가 실질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또 하나 이 게임을 특징짓는 것은 커피입니다. 커피를 마시면 산타가 잠에서 확 깬 듯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크리스마스 소재를 이런 식으로 게임 규칙에 끌어들이는 감각이 곳곳에 있어서, 단순히 배경만 크리스마스인 게임과는 다르게 느껴집니다.

데이즈 비포 크리스마스 플랫폼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4)

스테이지와 분위기

무대는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장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장난감을 만드는 공방과 공장, 눈 덮인 바깥, 어두운 동굴 같은 곳들이 이어지고, 각 구역마다 그에 어울리는 적과 장치가 배치됩니다. 진행 자체는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형태지만, 위아래로 갈라지는 갈림길이나 숨겨진 통로가 있어서 무작정 오른쪽으로만 달리면 놓치는 것이 생깁니다.

그림은 이 게임에서 가장 칭찬받는 부분입니다. 슈퍼패미컴 성능을 살려 색을 넉넉히 쓰고, 캐릭터 동작을 부드럽게 그렸습니다. 산타가 걷고 멈추고 화내는 각 동작이 만화 영화처럼 이어져서, 조작하는 재미와 별개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음악도 크리스마스 정서를 정면으로 밀고 갑니다. 익숙한 계절 선율의 분위기를 빌려 온 곡들이 흐르는데, 이게 화면과 맞물려서 12월에 하면 체감이 확 달라지는 게임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어디서 막히는가

난이도는 보기와 다르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산타는 덩치가 커서 피격 판정이 넓고, 좁은 발판 사이를 건너뛰는 구간에서 적이 튀어나오면 피할 공간이 없습니다. 아이들 게임처럼 생긴 겉모습만 믿고 대충 달리다가 초반부터 목숨을 여러 개 날리는 일이 흔합니다.

특히 조심할 것은 아래로 떨어지는 구간입니다. 화면 아래가 안 보이는 상태에서 뛰어내렸다가 가시나 적 위에 착지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급할수록 가장자리에서 한 번 멈춰 아래를 확인하고 내려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화난 상태를 아껴 두는 것도 요령입니다. 잡졸이 두세 마리 나오는 평범한 구간에서 써 버리면 정작 적이 몰려 있는 좁은 통로에서 맨몸으로 뚫어야 합니다. 반대로 그런 구간 직전에 아이템을 먹어 두면 통째로 건너뛸 수 있습니다.

왜 이 게임이 특이한가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게임은 많지만, 대부분 기존 게임에 눈과 트리를 덧씌운 수준입니다. 이 게임은 산타를 주인공으로 삼고 그의 감정과 상태를 게임 규칙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갔습니다. 시즌 상품으로 급히 찍어 낸 물건이 아니라 나름대로 공들여 만든 액션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는 이유입니다.

펀컴은 이 무렵 유럽에서 자리를 잡아 가던 개발사였고, 선소프트는 미국 지사가 문을 닫기 직전에 이 게임을 냈습니다. 북미판이 끝내 나오지 못한 것도 그 사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발매 지역이 좁았고, 상당 기간 아는 사람만 아는 게임으로 남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슈퍼패미컴이 널리 퍼진 편이었지만 이 게임은 유럽판만 존재했던 탓에 실제로 접한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나중에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인터넷에서 소개되며 이름이 알려진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 추억으로 기억하는 게임이라기보다, 한참 뒤에 발견하고 이런 게 있었나 싶어 해 보게 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