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이낙스
아스타이낙스 (Astyanax Europe) · 1990 · Jal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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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한 자루로 시작하는 이세계 원정
주인공은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어느 날 꿈에서 본 소녀가 실제로 그를 부르고, 정신을 차려 보면 손에는 커다란 도끼가 들려 있습니다. 이 황당할 만큼 단순한 도입부가 오히려 매력이었습니다. 설명은 짧게 끝내고 곧바로 도끼를 크게 휘두르는 첫 화면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패미컴 액션 게임 중에서도 이 작품은 유난히 타격의 무게가 살아 있는 축에 듭니다. 주인공의 공격 모션이 크고 느리고, 그만큼 한 방이 묵직하게 들어갑니다. 빠르게 여러 번 때리는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몇 판 하다 보면 이 굼뜬 동작에 맞춰 거리를 재는 것이 이 게임의 본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아스타이낙스(Astyanax)는 옆으로 진행하는 액션 게임입니다. 무기를 휘둘러 앞을 막는 적을 치우고, 구덩이와 함정을 넘어 스테이지 끝의 보스를 잡으면 다음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이동과 점프, 그리고 공격 버튼이 전부라 손에 붙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특이한 점은 공격 게이지입니다. 화면 아래에 힘을 나타내는 막대가 있어서, 공격할 때마다 줄었다가 가만히 있으면 다시 찹니다. 게이지가 가득 찬 상태에서 때리면 데미지가 훨씬 크고, 바닥난 상태에서 마구 휘두르면 긁는 수준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버튼을 얼마나 빨리 누르느냐가 아니라, 언제 한 방을 아껴 뒀다가 쓰느냐를 묻는 게임입니다.
여기에 마법이 붙습니다. 스테이지 곳곳에서 주울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마법 게이지를 채우면, 화면 전체를 쓸어버리거나 잠깐 무적이 되는 식의 효과를 씁니다. 보스 앞에서 아껴 두는 것이 기본이지만, 중간에 몰려서 죽을 것 같으면 미련 없이 터뜨리는 편이 낫습니다.
무기 세 가지와 고르는 재미
진행하다 보면 무기가 바뀝니다. 시작 무기인 도끼는 사거리가 짧은 대신 위력이 확실하고, 창은 리치가 길어 안전한 거리에서 찌를 수 있으며, 검은 그 중간쯤에서 휘두르는 속도가 빠릅니다. 다음 무기를 얻는다고 무조건 강해지는 구조가 아니라서, 사람마다 손에 맞는 것이 갈립니다.
실제로 이 게임을 오래 한 사람들은 창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패미컴 액션 게임의 고전적인 사망 원인이 대부분 "적에게 너무 가까이 붙었다"이기 때문입니다. 리치가 긴 무기 하나만 들고 있어도 체력 관리가 눈에 띄게 편해집니다. 반대로 도끼는 보스전에서 한 번에 큰 데미지를 넣는 맛이 있어, 패턴을 다 외운 뒤에 다시 잡아 보면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어디서 막히는가
난이도는 결코 상냥한 편이 아닙니다. 특히 발판을 밟고 건너야 하는 구간에서 아래쪽 적이 튀어 오르는 배치가 자주 나오는데, 공격 모션이 느린 주인공으로는 대응이 늦기 쉽습니다. 이런 곳은 무리해서 처리하려 들지 말고 점프 타이밍만 맞춰 지나가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또 하나 초심자가 자주 걸리는 지점은 피격 후 뒤로 밀려나는 판정입니다. 맞으면 뒤로 훅 밀리는데, 이때 등 뒤가 낭떠러지면 그대로 떨어집니다. 체력이 남았는데도 구멍에 빠져 죽는 경우가 많아, 절벽 근처에서는 아예 적을 유인해 놓고 안전한 자리에서 싸우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보스는 대체로 정해진 패턴을 반복합니다. 처음에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크기에 당황하지만, 몇 번 죽어 보면 움직임의 주기가 보입니다. 게이지가 찰 때까지 피하기만 하다가 틈이 열릴 때 가득 찬 한 방을 꽂아 넣는 것, 이 리듬을 몸에 익히면 대부분의 보스는 정리됩니다.
아케이드판과의 거리
이 게임에는 같은 이름의 오락실판이 따로 있었습니다. 다만 패미컴판은 이식이라기보다 이름과 세계관만 가져와 새로 만든 쪽에 가깝습니다. 스테이지 구성도 연출도 다르고, 게이지를 관리하며 싸우는 감각은 가정용 쪽이 훨씬 두드러집니다. 두 가지를 다 해 본 사람이라면 서로 다른 게임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가정용판은 컷신에 힘을 준 편이었습니다. 스테이지 사이사이 인물의 얼굴을 크게 띄우고 대사를 붙여, 당시 패미컴 액션 게임치고는 이야기를 꽤 챙겼습니다. 화려한 연출은 아니지만, 한 판 넘길 때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정도의 역할은 충분히 했습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한국에서는 정식 명칭보다 "도끼 게임" 쪽으로 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목이 길고 발음도 낯설어서, 주인공이 커다란 도끼를 휘두르는 첫 화면의 인상으로 기억되곤 했습니다. 복사 카트리지 모음집에 자주 실린 덕에 이름은 몰라도 해 본 사람은 많은 부류의 게임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조작이 굼뜨고 난이도가 사나운 옛날 게임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게이지를 채워 도끼를 크게 한 번 휘두르는 그 감각은 다른 게임에서 쉽게 대체되지 않습니다. 짧게 한 판씩 붙잡고 패턴을 외워 가는 방식의 재미를 좋아한다면 여전히 붙들 만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