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벤처 퀴즈 2 하테나의 대모험
어드벤처 퀴즈 2 하테나의 대모험 (Adventure Quiz 2 Hatena Hatena no Dai Bouken Japan 900228) · 1990 · Capcom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주사위를 굴려 칸을 옮기는 퀴즈 게임
퀴즈 게임인데 화면에 주사위가 나옵니다. 버튼을 눌러 주사위를 굴리고 나온 눈만큼 말이 앞으로 갑니다. 도착한 칸에서 문제가 뜨고, 맞히면 계속 나아가고 틀리면 손해를 봅니다. 그렇게 한 지도의 끝에 닿으면 보스가 기다립니다. 그 보스가 스트리트 파이터나 록맨 같은 카프콤 게임의 얼굴들이라는 점이 이 게임의 재미였습니다. 퀴즈 게임과 보드게임과 카프콤 팬서비스를 한 화면에 섞어 놓은 셈입니다.
어드벤처 퀴즈라는 형식
어드벤처 퀴즈 2 하테나의 대모험(Adventure Quiz 2: Hatena? no Daibouken)은 1990년 카프콤이 내놓은 퀴즈 게임입니다. 1989년의 캡콤 월드에 이어지는 후속작으로, 하테나라는 물음표 모양 주인공이 일곱 개의 지도를 차례로 돌파합니다.
한 판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버튼 네 개 중 하나를 눌러 주사위를 굴리고, 나온 수만큼 말이 이동합니다. 멈춘 칸의 종류에 따라 벌어지는 일이 달라집니다. 보통은 사지선다 문제가 뜨고 제한 시간 안에 답을 골라야 합니다. 특별한 칸에 서면 보기가 셋뿐인 문제나 다른 형식의 시련이 나오기도 합니다. 지도의 마지막 칸에 도달하면 보스전이 시작되는데, 보스가 몇 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그중 하나를 골라 승부를 겨루는 방식입니다.
전작과 견줘 달라진 것은 길이 여러 갈래로 갈린다는 점입니다.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만나는 칸이 달라져서, 주사위 눈에만 맡기지 않고 어느 정도 경로를 고를 여지가 생겼습니다. 특수 칸이 늘어난 것도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어디서 막히나
가장 큰 장벽은 언어입니다. 문제도 보기도 전부 일본어이고, 상당수가 일본 국내의 만화, 방송, 시사, 생활에 관한 것입니다. 한자와 가나를 읽더라도 그 시절 일본을 모르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카프콤 게임에 관한 문제가 섞여 나오는데, 이건 게임을 아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대목입니다.
제한 시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으면 시간이 먼저 갑니다. 이 장르에 익숙한 사람들은 문제의 핵심 명사만 먼저 잡고 보기로 눈을 옮기는 식으로 읽습니다. 완전히 모르는 문제라도 명백히 틀린 보기를 지워 두 개까지 좁힌 뒤 찍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보스전이 또 하나의 고비입니다. 여기서는 문제를 여러 개 연달아 맞혀야 하고, 주제를 고를 수 있게 해 주는 만큼 자기가 강한 분야를 골라야 합니다.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주제보다 카프콤 게임처럼 감이 오는 주제를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카프콤이 왜 퀴즈 게임을 만들었나
1990년 전후 일본 오락실에는 퀴즈 게임이 대단히 많았습니다. 개발비가 낮고 회전율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액션 게임처럼 조작감을 오래 다듬을 필요가 없고, 문제 데이터와 그림만 갖추면 한 편이 완성됩니다. 손님 입장에서도 한 판이 짧아 부담이 없었습니다.
카프콤은 이 흐름에 자기 색을 얹었습니다. 문제만 던지는 대신 보드게임의 이동 구조를 넣어 진행에 리듬을 만들었고, 보스 자리에 자사 게임의 캐릭터를 세워 팬을 끌었습니다. 이 시기 카프콤은 CPS 기판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준비하던 회사였는데, 그런 대작 라인 옆에서 이런 소품도 함께 굴리고 있었습니다. 훗날 이 두 편은 PC엔진 CD로 묶여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는 보기 어려웠습니다
한국 오락실에 일본어 퀴즈 기판이 들어올 자리는 좁았습니다. 문제를 읽을 수 없으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으니 손님이 붙을 수가 없습니다. 카프콤이라는 이름과 익숙한 캐릭터가 있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 오락실에서 카프콤은 스트리트 파이터와 파이널 파이트의 회사였지, 퀴즈 게임의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 게임을 해 볼 만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카프콤이 자사 캐릭터를 어떻게 다뤘는지 볼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퀴즈에 보드게임을 얹는다는 발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문제를 못 읽어도 주사위를 굴리고 말이 나아가는 구조 자체는 화면만 봐도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