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크래시 더미
인크레더블 크래시 더미 (Incredible Crash Dummies the Europe) · 1993 · Flying 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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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충돌 실험에 쓰이는 인형이 주인공인 게임이 있습니다. 원래 안전 캠페인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였고, 장난감과 만화로 인기를 끌면서 게임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부서지는 것이 본업인 존재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니, 몸이 조각조각 흩어졌다가 다시 붙는 연출이 이 게임의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죽는 장면조차 웃기게 만들어놓은 셈입니다.
인크레더블 크래시 더미(The Incredible Crash Dummies)는 그 충돌 실험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옆보기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인형을 조작해 실험 시설과 여러 위험한 공간을 통과하며, 장애물을 피하고 적을 처리하면서 출구까지 나아갑니다. 뛰고 때리고 아이템을 쓰는 기본기 위에 세워진, 그 시절 흔했던 형태의 액션 플랫포머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한 판의 목표는 단순합니다. 왼쪽에서 시작해 오른쪽 끝까지, 혹은 정해진 목적지까지 살아서 가는 것입니다. 가는 길에는 발판과 구덩이, 움직이는 장치와 적이 배치되어 있고, 이것들을 순서대로 넘어가야 합니다.
주인공은 기본 공격을 가지고 있고, 스테이지에서 얻는 도구로 공격 방식이 바뀌기도 합니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정확한 점프와 타이밍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게임이 아니라 발밑을 살피는 게임입니다.
체력은 넉넉하지 않고, 구덩이에 빠지면 그대로 한 목숨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빠르게 달리기보다 한 걸음씩 확인하며 나아가는 쪽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마스터시스템이라는 그릇
이 게임은 8비트 기기에서 돌아갑니다. 같은 시기 16비트 기기용으로도 비슷한 이름의 게임들이 나왔지만, 이 판본은 성능에 맞춰 별도로 만들어진 쪽에 가깝습니다. 색이 제한되어 있고 캐릭터도 크지 않지만, 인형이 부서지는 특유의 연출만큼은 알아볼 수 있게 표현해두었습니다.
마스터시스템은 유럽과 남미에서 오래 현역으로 남았던 기기입니다. 다른 지역에서 이미 다음 세대로 넘어간 뒤에도 이 기기용 신작이 계속 나왔고, 이 게임도 그런 흐름 속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그래서 기기의 한계를 잘 아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티가 납니다.
음악과 효과음은 소박하지만 반복해 들어도 거슬리지 않는 수준으로 정리되어 있고, 화면 전환이 빠릿해서 진행이 답답하지 않습니다.
막히는 지점
초반부터 점프 거리 판단이 까다롭습니다. 캐릭터가 공중에서 방향을 크게 바꾸지 못하기 때문에, 뛰기 전에 발판 사이 거리를 눈으로 재두어야 합니다. 뛰고 나서 조정하려 하면 늦습니다.
두 번째는 적의 배치입니다. 좁은 발판 위에 적이 서 있는 구간이 자주 나오는데, 뛰어서 넘으려다 적에게 닿고 그 반동으로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럴 때는 발판에 오르기 전에 먼저 적을 처리하고 올라가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세 번째는 목숨 관리입니다. 이어서 하는 기회가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후반 스테이지에 도달하기 전에 목숨을 소진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초반 구간은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게 만들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원작 캐릭터와 게임
이 시기에는 만화나 장난감 캐릭터를 게임으로 옮기는 일이 아주 흔했습니다. 캐릭터의 인지도로 판매를 기대하는 방식이었고, 그중 상당수는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보다 캐릭터가 화면에 나온다는 사실 자체에 기대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게임도 그 계보에 속하지만, 주인공의 설정과 게임의 내용이 제법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부서지는 인형이 위험한 시설을 지나간다는 설정은 액션 게임의 목숨과 함정 구조에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캐릭터 게임 중에는 설정과 게임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조합입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국내에서 마스터시스템은 세가 계열 기기 중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축이었습니다. 원작 캐릭터 역시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게임을 그 시절에 직접 해본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게임을 켜는 것은 새로 발견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대단한 대작은 아니지만, 8비트 액션 게임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고 한 판이 짧아 잠깐씩 붙잡기에 적당합니다. 부서졌다가 다시 조립되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캐릭터 상품이 게임으로 넘어오던 그 시절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