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서블 미션
임파서블 미션 (Impossible Mission Europe) · 1990 · U.S.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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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켜면 낮고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다른 게임을 마음껏 즐겨 보라는 뜻의 대사인데, 이 한마디가 1980년대 게임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음성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엘빈 아톰벤더 교수, 세계를 인질로 잡은 미치광이 과학자입니다. 플레이어는 그의 지하 연구소에 침입한 요원이고, 제한 시간 안에 그를 막아야 합니다.
임파서블 미션(Impossible Mission)은 방과 방을 오가며 단서를 모으는 탐색 액션 게임입니다. 연구소는 여러 방으로 나뉘어 있고, 승강기와 통로로 연결돼 있습니다. 각 방에는 책상과 컴퓨터, 소파 같은 가구가 놓여 있는데, 그 앞에 서서 조사하면 안에 숨겨진 물건이 나옵니다. 목표는 흩어진 암호 조각들을 찾아 하나로 맞추고, 그것으로 마지막 문을 여는 것입니다.
뒤지고, 맞추고, 피합니다
가구를 조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데, 방 안을 순찰하는 로봇들이 다가오면 조사가 중단되고 도망쳐야 합니다. 로봇은 총알을 쏘거나 전기를 흘리며, 닿으면 그대로 목숨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언제 조사를 시작할 것인가'를 계속 판단하는 게임이 됩니다. 로봇이 방 반대편으로 물러난 순간을 노려 짧게 조사하고, 다가오면 물러섰다가 다시 붙는 식입니다.
주인공은 총이 없습니다. 로봇을 부술 방법이 없고, 오직 피하고 뛰어넘는 것만 가능합니다. 무기 없이 순수하게 회피와 관찰만으로 진행하는 구조가 이 게임을 그 시대 다른 액션물과 확실히 갈라놓습니다. 대신 조사 도중에 찾아내는 특수 코드가 있어서, 이것을 쓰면 잠깐 로봇을 멈추거나 승강기를 재배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원을 어디에 아껴 쓸지가 후반 진행을 좌우합니다.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
찾아낸 암호 조각은 그냥 모으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조각들은 잘려 있고, 뒤집거나 색을 바꿔서 서로 맞춰야 온전한 한 장이 됩니다. 이 작업은 연구소 안에 놓인 컴퓨터 단말에서 할 수 있습니다.
액션으로 방을 헤치고 다니다가, 잠시 앉아서 조용히 퍼즐을 맞추는 시간이 번갈아 오는 구성입니다. 이 두 가지 성격이 한 게임에 섞여 있다는 점이 당시로서는 대단히 참신했습니다. 조각을 다 모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고 손으로 맞춰야 하니, 마지막 문을 여는 순간의 성취감도 큽니다.
시간과의 싸움
제한 시간이 있습니다. 시간이 다 가면 실패입니다. 그런데 목숨을 잃어도 시간이 크게 깎이는 방식이라, 실수 한 번의 대가가 큽니다. 초보자가 가장 흔히 겪는 결말은 방을 두서없이 돌아다니다가 시간에 쫓겨 끝나는 것입니다.
요령은 기록입니다. 어느 방을 다 뒤졌고 어느 방이 남았는지 스스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같은 방을 두 번 뒤지는 것만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무리한 점프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 게임의 점프는 거리가 정해져 있어 감으로 뛰면 자주 실패하고, 낙하 자체가 목숨을 앗아 가는 구간이 있습니다. 승강기를 이용해 안전하게 층을 오가는 습관이 결국 시간을 아낍니다.
컴퓨터에서 온 게임
원작은 에픽스가 1984년 8비트 가정용 컴퓨터로 내놓아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입니다. 당시 기준으로 매끄러운 주인공 애니메이션과 합성 음성이 화제였고, 무기 없는 탐색이라는 발상이 이후 여러 게임에 영향을 남겼습니다. 이 마스터시스템판은 1990년 유럽에서 나온 이식판으로, 미국 쪽 발매는 예고만 되고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마스터시스템은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와 팔린 기종이었지만, 이 게임 자체는 널리 알려진 축은 아니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 대신 방을 뒤지고 퍼즐을 맞추는 조용한 게임이었으니, 당시 인기 있던 액션물들 사이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잡아 보면 오히려 그 점이 신선합니다. 총을 쏘지 않고 관찰과 기억만으로 진행하는 이 구조는, 지금 나오는 잠입 게임들의 아주 이른 조상 같은 인상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