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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버트 3

큐버트 3 (Q Bert 3 USA) · 1992 · NTV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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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를 벗어난 큐버트

오락실에서 큐버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그 게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할 것입니다. 삼각형으로 쌓인 피라미드가 화면 가운데에 하나 있고, 코가 긴 주황색 생물이 그 위를 대각선으로 뛰어다니며 블록 색을 바꿉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피라미드 하나입니다.

이 게임은 그 전제를 뒤집었습니다. 피라미드는 백 가지가 넘는 발판 모양 중 하나일 뿐이고, 판이 넘어갈 때마다 발판의 형태가 통째로 바뀝니다. 성조기 위를 뛰어다니기도 하고, 글자가 계속 바뀌는 키보드 자판 위를 뛰기도 하며, 얼음이나 이빨 모양의 발판을 밟기도 합니다. 원작의 규칙은 그대로 두고 무대만 계속 갈아 끼운 셈입니다.

큐버트 3 퍼즐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2)

어떤 게임인가

큐버트 3(Q*bert 3)는 발판 위를 뛰어다니며 모든 칸의 색을 바꾸는 액션 퍼즐 게임입니다. 조작은 대각선 네 방향으로 뛰는 것이 전부입니다. 아직 밟지 않은 칸으로 뛰면 그 칸의 색이 바뀌고, 모든 칸을 다 바꾸면 그 판이 끝납니다.

그런데 발판 위에는 큐버트를 방해하는 것들이 함께 돌아다닙니다. 굴러 내려오는 공, 쫓아오는 적, 밟은 칸을 원래 색으로 되돌려 놓는 훼방꾼이 있어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발판 가장자리에서 잘못 뛰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 잔기가 하나 사라집니다.

큐버트 3 퍼즐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2)

원작과 무엇이 달라졌나

가장 큰 변화는 발판입니다. 판마다 모양이 다를 뿐 아니라 성격도 다릅니다. 움직이는 발판이 있고, 밟으면 사라지는 발판이 있으며, 일부 구간이 회전하는 판도 있습니다. 같은 대각선 이동인데도 발판이 움직이면 목적지를 예측해서 뛰어야 하니 요구되는 감각이 달라집니다.

적도 늘었습니다. 원작에 나오던 것들에 더해 새로운 방해꾼들이 추가되어, 판마다 나오는 조합이 달라집니다. 어떤 적은 정해진 경로로만 움직여 피하기 쉽지만, 어떤 적은 큐버트를 따라다녀서 계속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전체 분량은 스무 개의 레벨로 나뉘고 각 레벨마다 네 개의 판이 들어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발판이 복잡해지고 적이 늘면서 난이도가 올라가지만, 규칙 자체가 추가되는 것은 아니라 앞에서 익힌 감각이 그대로 쓰입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이 게임을 처음 잡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는 방향키입니다. 큐버트는 대각선으로 뛰는데 방향키는 상하좌우이다 보니, 위를 누르면 오른쪽 위로, 왼쪽을 누르면 왼쪽 아래로 가는 식의 대응을 머리로 번역해야 합니다. 이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가려던 방향과 전혀 다른 곳으로 뛰어서 낭떠러지로 떨어집니다.

두 번째는 순서입니다. 모든 칸을 밟아야 하니 아무렇게나 뛰면 결국 밟지 않은 칸이 여기저기 흩어져 남습니다. 가장자리부터 안쪽으로, 혹은 한쪽 줄을 끝내고 다음 줄로 넘어가는 식으로 경로를 정해 놓고 움직이면 훨씬 깔끔하게 끝납니다.

적을 피하는 방법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무작정 도망 다니면 밟아야 할 칸을 놓치게 되므로, 적의 이동 방향을 보고 반대편으로 돌아가며 칸을 채워 나가는 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판이 넓어질수록 이 계산이 중요해집니다.

아케이드 명작의 늦은 후속작

원작 큐버트는 1980년대 초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끈 게임입니다. 캐릭터가 상품으로 만들어지고 애니메이션까지 나올 만큼 알려졌지만, 그 인기가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이 게임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16비트 시대에 나온 후속작입니다.

개발을 맡은 리얼타임 어소시에이츠는 아케이드 게임을 가정용 기기로 옮기는 작업을 여럿 해 온 팀입니다. 원작의 단순한 규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볼거리를 늘리는 방향을 택했고, 그 결과가 발판 형태의 다양화였습니다.

같은 시기 슈퍼 패미컴에는 화려한 액션과 롤플레잉 게임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틈에서 옛 아케이드 게임의 규칙을 그대로 들고 나온 이 게임이 크게 주목받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규칙이 단순한 만큼 지금 잡아도 설명 없이 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게임의 강점입니다.

국내에서는

큐버트라는 캐릭터 자체가 국내에서는 미국만큼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원작 아케이드판이 국내 오락실에도 들어오기는 했지만, 같은 시기의 슈팅이나 액션 게임에 비하면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슈퍼 패미컴판을 당시에 접한 사람도 드뭅니다. 다만 규칙을 한 번 설명 듣고 나면 누구나 바로 할 수 있는 게임이라, 뒤늦게 접한 사람들도 몇 판만에 감을 잡습니다. 대각선 이동에 손이 익는 순간부터 재미가 붙기 시작하고, 발판 모양이 계속 바뀌는 덕에 다음 판이 궁금해서 한 판만 더를 반복하게 되는 구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