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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기어 3000

톱기어 3000 (Top Gear 3000 Europe) · 1995 · Kem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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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이 우주로 나갔습니다

톱기어 시리즈는 원래 현실의 도시를 돌며 달리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무대를 미래의 은하로 옮겼습니다. 여러 행성을 오가며 경주하고, 코스에는 워프 게이트 같은 것이 놓여 있습니다. 시리즈의 정체성을 크게 비튼 선택이었습니다.

화면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이 작품은 특수 칩을 써서 코스 표현과 처리 속도를 끌어올렸는데, 덕분에 슈퍼패미컴에서 나온 뒤에서 보는 레이싱 중에서도 부드럽고 시원한 축에 듭니다.

톱기어 3000 레이싱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5)

어떤 게임인가

톱기어 3000(Top Gear 3000)은 슈퍼패미컴으로 나온 미래 배경의 레이싱 게임입니다. 여러 행성에 걸친 코스를 차례로 달리며 상금을 벌고, 그 돈으로 차를 개조해 다음 경기에 나섭니다. 뒤에서 보는 시점과 개조 요소는 시리즈의 틀을 이어받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무대와 장비입니다. 미래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현실에 없는 특수 장비들이 붙었고, 코스 자체가 물리 법칙을 비트는 장치들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톱기어 3000 레이싱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5)

코스의 장치들

코스에 놓인 워프 장치를 밟으면 앞쪽으로 순간 이동합니다. 잘 활용하면 단숨에 여러 순위를 올릴 수 있지만, 잘못 들어가면 오히려 불리한 위치로 튀어나옵니다. 어느 갈래로 갈지 판단해야 하는 구간도 있어서, 코스를 외우는 것 자체가 실력이 됩니다.

행성마다 중력과 노면이 다릅니다.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차가 붕 뜨듯 움직여 착지 제어가 까다롭고, 미끄러운 노면에서는 코너 진입을 훨씬 일찍 시작해야 합니다. 같은 차, 같은 조작인데 행성이 바뀌면 다시 배워야 하는 느낌이 듭니다.

개조와 운용

상금으로 살 수 있는 부품이 여러 종류입니다. 엔진과 변속기 같은 기본 성능은 물론이고, 미래 배경다운 특수 장비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앞선 차를 방해하거나 자기 차를 잠시 강화하는 장치들이라, 순수한 속도 경쟁만은 아닌 판이 만들어집니다.

무엇을 먼저 살지가 중요합니다. 초반에는 가속과 조향을 올려 코너 손실을 줄이는 편이 순위 유지에 유리하고, 코스가 길고 직선이 많아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최고 속도의 비중이 커집니다.

둘이서 화면을 나눠 대결할 수도 있습니다. 워프와 특수 장비가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순위가 뒤집히는 경우가 잦아, 사람끼리 붙을 때 더 재미있어집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실험

톱기어 시리즈는 슈퍼패미컴 시대에 꾸준히 나오며 나름의 팬을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그 흐름의 끝자락에서 소재를 크게 바꾼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시리즈에서 가장 화려한 화면과 가장 이질적인 분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현실 자동차 경주를 기대하고 켜면 낯설 수 있지만, 속도감과 음악은 시리즈의 강점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코스를 외우고 워프를 익힐수록 기록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게임이라 반복해서 붙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