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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폴 2 (오락실)

피트폴 2 (Pitfall Ii 315 5093) · 1985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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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명작이 오락실로 건너온 드문 경우

보통은 오락실에서 인기를 끈 게임이 가정용 기기로 옮겨집니다. 이 게임은 그 반대입니다. 피트폴은 원래 아타리 2600 시절 미국 가정용 시장을 뒤흔든 이름이었고, 그 속편인 피트폴 2 역시 가정용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세가는 1985년에 그것을 오락실 기판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런 역방향 이식이 드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오락실 기판은 몇 분 안에 손님을 붙잡았다가 놓아줘야 돈이 되는데, 넓은 지도를 천천히 탐험하는 게임은 그 리듬과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피트폴 2(Pitfall II)는 오락실판으로 옮겨오면서 그래픽과 소리를 확 끌어올리고, 원작에 없던 구간과 연출을 얹어 별개의 물건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습니다.

피트폴 2 (오락실) 플랫폼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5)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정글 탐험가가 되어 지하로 뻗은 넓은 미로를 헤매는 게임입니다. 좌우로 달리고 사다리와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며, 물길을 만나면 헤엄쳐 건넙니다. 곳곳에 놓인 보물과 목표물을 찾아 회수하는 것이 할 일이고, 화면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위아래로 층층이 이어진 지도를 스스로 뚫고 다녀야 합니다.

적과 함정은 부딪히면 그 자리에서 죽는 대신 앞서 지나온 표식 지점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이 구조가 원작 피트폴 2의 핵심이자 당시로서는 꽤 앞서간 설계였습니다. 목숨을 다 잃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수하면 조금 뒤로 밀려나되 탐험 자체는 계속 이어집니다. 오락실판에서는 여기에 제한 시간이라는 압박이 얹혀 손님이 마냥 늘어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피트폴 2 (오락실) 플랫폼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5)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길을 잃는 것입니다. 요즘 게임처럼 화면 구석에 지도가 떠 있지도 않고 어디로 가라고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어느 사다리로 내려가면 무엇이 나오는지 몸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초반에는 지도를 넓게 벌리려 하지 말고, 갈래길이 나올 때마다 한쪽씩 끝까지 가보며 머릿속에 뼈대를 그리는 편이 낫습니다.

두 번째는 점프 거리와 낙하입니다. 이 게임의 조작은 관성이 그리 무겁지 않은 대신 발판과 밧줄의 간격이 야박합니다. 급하게 뛰다 보면 아래층으로 떨어지고, 떨어진 곳이 방금 지나온 곳보다 한참 뒤인 경우가 잦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대체로 쉽고 위로 올라오는 길이 어렵기 때문에, 무턱대고 낙하하는 습관이 시간을 가장 크게 갉아먹습니다.

세 번째는 시간입니다. 오락실판은 여유롭게 구경하며 다니면 시간이 먼저 바닥납니다. 처음 몇 판은 길을 익히는 데 쓰고, 길이 손에 익은 뒤에 최단 경로로 달리는 식으로 접근해야 진도가 나갑니다.

피트폴 2 (오락실) 플랫폼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5)

소리와 화면이 남긴 인상

오락실판 피트폴 2에서 유난히 많이 회자되는 것이 배경 음악입니다. 원작의 주제 선율을 훨씬 두터운 소리로 새로 뽑아냈고, 화면 안에서 위치가 바뀔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1985년 기준으로 오락실 기판의 소리가 가정용 기기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그래픽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타리 시절의 단순한 그림이 훨씬 촘촘한 도트로 다시 그려졌고, 배경에 층과 깊이가 생겼습니다. 같은 게임을 아는 사람이 오락실판을 처음 봤을 때 놀랐던 지점이 여기입니다. 구조는 익숙한데 눈과 귀에 들어오는 것이 전혀 달랐습니다.

세가와 1985년의 오락실

1985년은 세가가 오락실에서 한창 실력을 뽐내던 시기입니다. 이 회사는 직접 만든 기판 위에서 자기 게임을 돌렸고, 남의 판권을 빌려온 작품에도 자기 방식의 손질을 얹었습니다. 원작의 뼈대는 남기되 화면과 소리를 자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태도가 이 게임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한국 오락실 사정으로 보면 이 게임은 그리 흔한 물건은 아니었습니다. 이 무렵 국내 오락실의 주력은 슈팅과 단순 액션이었고, 넓은 지도를 헤매는 탐험형 게임은 한 판이 길어져 회전이 느렸기 때문입니다. 문방구 앞 기계에 앉는 손님들에게는 길을 외우는 데 드는 품이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름값에 비해 국내에서 직접 해본 사람이 많지 않은 게임입니다. 지금 브라우저에서 켜면 동전 걱정 없이 지도를 천천히 뜯어볼 수 있으니, 그때 넘기지 못했던 구간을 다시 붙들어볼 만합니다. 80년대 중반 오락실 게임이 어디까지 넓은 세계를 담으려 했는지 확인하기에 좋은 표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