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펠렁커
스펠렁커 (Spelunker Japan) · 1985 · I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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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키 높이에서 떨어져도 죽습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탐험가로 불립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자기 키보다 조금 높은 턱에서 뛰어내리면 그대로 쓰러집니다. 박쥐가 지나가며 떨어뜨린 것에 스치기만 해도 죽고, 자기가 놓은 폭탄이 터질 때 근처에 있어도 죽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시작한 지 십 초 만에 첫 목숨을 잃고 어이없어합니다.
스펠렁커(Spelunker)는 지하 깊은 곳의 보물을 찾아 동굴을 내려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고, 승강기를 이용해 층을 옮기고, 광차를 타고 갱도를 달리며 조금씩 아래로 파고듭니다. 화면 구조를 읽고 안전한 발판을 고르는 것이 사실상 전부인 게임입니다.
동굴에서 챙길 것들
램프의 불빛이 곧 남은 시간입니다. 화면에 표시된 에너지가 계속 줄어들고 바닥이 나면 죽기 때문에, 길을 헤매는 것 자체가 손해입니다. 중간중간 놓인 에너지 아이템을 챙기며 내려가야 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외우고 나면 같은 구간을 훨씬 여유 있게 지날 수 있습니다.
길을 막는 바위는 폭탄으로 부숩니다. 문제는 폭탄이 터질 때 이쪽도 멀쩡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놓고 나면 즉시 충분히 멀리 물러나야 하는데, 뒤가 낭떠러지인 곳에서 이걸 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깁니다. 열쇠를 찾아 문을 여는 구간도 있어서, 무엇을 먼저 챙길지 순서를 잘못 잡으면 왔던 길을 되짚어야 합니다.
유령과 박쥐
동굴에는 파란 유령이 떠다닙니다. 이 유령은 벽을 통과해 다가오기 때문에 도망칠 곳이 마땅치 않고, 손에 든 조명탄을 터뜨려 쫓아내야 합니다. 조명탄에도 개수 제한이 있어서, 유령이 나타날 만한 구간에서는 미리 남겨 두는 계산이 필요합니다.
천장에 매달린 박쥐는 이 게임의 악명을 완성한 존재입니다. 지나가는 이쪽 머리 위로 무언가를 떨어뜨리는데, 여기에 닿으면 그대로 끝입니다. 좁은 통로를 지날 때 위쪽을 살피는 습관이 없으면 계속 같은 곳에서 죽게 됩니다. 결국 이 게임은 앞이 아니라 위와 아래를 함께 보는 훈련을 시킵니다.
이 게임이 얻은 별명
원래 이 게임은 한 사람이 가정용 컴퓨터로 만든 작품이었고, 유통사를 거쳐 널리 퍼진 뒤 아케이드 기판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림과 구성이 손질됐지만, 주인공이 어이없이 잘 죽는다는 성질만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오히려 그 성질 때문에 이 게임이 기억됩니다.
너무 잘 죽는 나머지 주인공을 놀리는 별명이 붙었고, 지금도 조금만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는 게임을 볼 때면 이 이름이 따라 나옵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면 불합리하다기보다는 규칙이 엄격한 쪽에 가깝습니다. 뛸 수 있는 높이와 안 되는 높이가 일정해서, 몇 번 죽고 나면 눈으로 재고 움직이게 됩니다. 그때부터가 이 게임이 재미있어지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