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 레이싱
GT 레이싱 (Gt Racing Japan) · 1996 · Ima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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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패미컴이 수명을 다해가던 시기에 나온 레이싱 게임입니다. 이미 32비트 기기들이 다각형으로 만든 실제 자동차를 굴리고 있을 때, 이 게임은 모드7으로 바닥을 회전시키는 옛날 방식 그대로 코스를 그려냅니다. 그런데 다루는 소재는 정반대로 최신이라, 그해 GT 레이스에 나온 스포츠카들이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GT 레이싱(Gt Racing)은 GT 규격 스포츠카로 서킷을 도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드라이버와 팀 이름을 정하고 시즌을 따라 여러 대회를 뛰는 챔피언십 모드가 중심이고, 그 밖에 대결과 연습 주행을 따로 고를 수 있습니다.
한 판의 흐름
챔피언십을 고르면 먼저 이름을 정하고 차를 받습니다. 그다음은 서킷을 하나씩 돌면서 순위를 쌓아 시즌 성적을 만드는 구성입니다. 한 대회가 끝나면 결과가 기록되고, 다음 서킷으로 넘어갑니다.
주행은 뒤에서 차를 따라가는 시점입니다. 화면 아래쪽에 내 차가 있고 도로가 앞으로 뻗어 있는데, 이 도로를 모드7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코너에서 바닥 전체가 회전하는 특유의 감각이 있습니다. 언덕이나 고저차 표현은 약하고, 대신 코너의 각도와 길이가 확실하게 전달됩니다.
조작은 가속, 브레이크, 좌우, 그리고 변속입니다. 수동 변속을 쓰면 코너 탈출에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라, 처음에는 자동으로 두고 코스 자체를 외우는 편이 낫습니다.
코너를 도는 법
이 게임은 최고 속도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순위가 나오지 않습니다. 코너 진입 전에 감속하지 않으면 차가 바깥으로 밀려 코스를 벗어나고, 잔디나 모래에 올라가면 속도가 뚝 떨어져 복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직선에서 벌어놓은 차이가 코너 하나에서 다 사라지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필요한 것은 브레이크 지점을 외우는 일입니다. 코스마다 급코너가 나오는 자리가 정해져 있으니, 연습 주행에서 몇 바퀴 돌며 어디서 발을 떼야 하는지를 몸에 익혀두면 기록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연습 모드가 따로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른 차와 부딪히는 것도 손해입니다. 접촉하면 진행 방향이 틀어져 그대로 코스 밖으로 나가기 쉬우니, 추월은 직선 구간에서 옆으로 벌려 지나가는 쪽이 안전합니다. 코너 안쪽으로 무리하게 파고드는 시도는 대부분 둘 다 느려지는 결과로 끝납니다.
차와 세팅
GT 규격 차를 다루는 게임이라 차종마다 성격이 다릅니다. 최고 속도가 높은 차는 긴 직선이 있는 코스에서 강하고, 가속과 조향이 좋은 차는 코너가 촘촘한 코스에서 유리합니다. 코스 구성을 보고 차를 고르는 판단이 순위에 실제로 반영됩니다.
세팅을 만질 수 있는 항목도 있습니다. 기어비나 다운포스 같은 요소를 조정하는 방식인데, 값을 크게 바꾸면 주행 감각이 확 달라지므로 조금씩 옮겨가며 자기 주행 습관에 맞추는 편이 좋습니다. 이런 조정 요소는 오락실 레이싱에는 없던 것으로, 가정용 레이싱이 시뮬레이션 쪽으로 기울던 흐름을 보여줍니다.
시기와 위치
이 게임이 나올 무렵 레이싱 장르의 중심은 이미 다각형 기반으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모드7 방식으로 실제 경주 차를 다루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성격을 그대로 설명합니다. 기술적으로 앞서가려 한 물건이 아니라, 익숙한 하드웨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마지막까지 짜낸 쪽에 가깝습니다.
같은 기기의 다른 레이싱과 견주면 방향이 뚜렷합니다. 아이템을 던지며 노는 쪽도 아니고, 만화적인 연출로 몰아붙이는 쪽도 아닙니다. 코스를 외우고 브레이크 지점을 다듬어 몇 초를 줄이는, 조용한 반복이 재미의 축입니다.
일본에서만 나온 작품이라 국내에서 널리 돌던 게임은 아닙니다. 슈퍼패미컴 후기 소프트가 대체로 그랬듯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지금은 모드7 레이싱을 좋아하는 쪽에서 뒤늦게 찾아 해보는 정도의 자리에 있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글자가 일본어지만 메뉴 구성이 단순해서 주행 자체에는 큰 지장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