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맨 (슈퍼패미컴)
레이맨 (Rayman) · 1995 · Ubiso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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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붙어 있지 않은 주인공
처음 이 게임을 보면 눈이 먼저 갑니다. 주인공에게는 팔도 다리도 목도 없습니다. 머리와 몸통, 그리고 손과 발이 공중에 둥둥 떠서 따로 움직입니다. 처음에는 그림을 덜 그린 건가 싶지만, 뛰거나 주먹을 뻗을 때 손이 몸에서 쭉 날아가는 걸 보면 이게 의도된 설계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애니메이션이 유난히 부드럽습니다. 관절을 그릴 필요가 없으니 각 부위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그래서 손그림 만화영화 같은 인상을 줍니다. 배경도 손으로 그린 듯한 색감으로 채워져 있어서, 화면만 놓고 보면 당시 어떤 플랫폼 게임보다도 화사합니다.
어떤 게임인가
레이맨(Rayman)은 세상의 균형을 지키던 존재가 빼앗기면서 갇혀 버린 동료들을 구해 내는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입니다. 스테이지를 하나씩 지나며 우리에 갇힌 동료를 풀어 주고, 정해진 수를 모아야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귀엽고 알록달록한 겉모습과 달리 난이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발판 간격이 인색하고, 함정 배치가 야무지며, 한 스테이지가 꽤 깁니다. 그림만 보고 아이용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몇 번씩 되돌아가 본 사람이 많았습니다.
조금씩 늘어나는 능력
시작할 때 레이맨은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뛰는 것과 몸을 웅크리는 것 정도입니다. 진행하면서 스승 같은 존재를 만날 때마다 새로운 능력을 하나씩 배웁니다.
주먹을 날려 적을 때리는 능력, 머리카락을 헬리콥터처럼 돌려 천천히 내려오는 능력, 매달릴 수 있는 고리를 잡는 능력, 벽에 달라붙어 오르는 능력이 차례로 열립니다. 능력이 하나 늘 때마다 이전에 못 지나쳤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 앞으로만 가는 게임인데도 되돌아가 보고 싶어집니다. 특히 주먹을 충전해서 크게 날리는 동작은 감이 좋아 익히고 나면 계속 쓰게 됩니다.
지역마다 다른 얼굴
스테이지는 몇 개의 큰 지역으로 나뉘고, 지역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나뭇잎과 넝쿨이 우거진 숲, 음표와 악기가 발판이 되는 음악 지역, 그림 도구와 물감이 굴러다니는 지역, 케이크와 사탕이 배경인 지역까지 상상력이 좋습니다.
각 지역은 발판의 성질도 다릅니다. 어떤 곳은 매달릴 고리가 많아 공중에서만 이동해야 하고, 어떤 곳은 미끄러지거나 튕겨 나가는 발판이 깔려 있습니다. 지역이 바뀔 때마다 새로 익혀야 할 게 생기니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모으는 재미와 인내심
스테이지 곳곳에는 작은 파랑 구슬 같은 수집품이 널려 있고, 일정 수를 모으면 목숨이 늘어납니다. 눈에 보이는 곳뿐 아니라 배경 뒤나 위험한 발판 너머에도 숨어 있어서, 안전하게 지나갈지 욕심을 낼지 매번 고민하게 됩니다.
체력이 넉넉하지 않고 되돌아가는 지점도 인색해서, 이 게임을 끝까지 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한 구간을 몇 번씩 시도하다 마침내 넘겼을 때 오는 만족감이 커서, 어렵다고 짜증만 나는 종류의 게임은 아닙니다. 이후 레이맨은 여러 편으로 이어지는 긴 시리즈가 되었고, 이 첫 작품의 손그림 같은 화면은 지금도 자주 회자됩니다.